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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도시의 군침도는 매력

와플즈 | 2014.11.06 | 조회 663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로 떠난 박찬일의 미식기행…소시지, 파르메산 치즈, 프로슈토 등 별미 음식 가득



살라미와 모데나지역의 발사믹.
한국에서 음식 하면 남도가 떠오르듯 이탈리아에도 바로 ‘그곳’이 있다. 북부의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이다. 주도인 볼로냐는 아예 뚱보 도시(라 그라사, La Grassa)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골로소네(대식가, 미식가)라는 대명사가 바로 이 주다. 오직 먹기 위해 이 지역으로 떠났다. 취재 일주일 만에 살이 쌀 반 말 정도 불었다. 햄과 파스타로 찌운 살, 내려다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원고를 쓰다 침을 흘리기는 처음이다. 에밀리아로마냐, 이탈리아 음식 좀 사랑한다면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지역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동네만 쏙 빼고 다닌다. 지도를 보라. 북으로 밀라노가 한시간, 남으로 피렌체가 그 시간 안에 닿는 거리에 있다. 한국인들은 두 도시를 다니면서 이 지역은 기차 밖으로 보고 만다. 그러므로 당신이 ‘디카’에 담아 블로그에 올린 이탈리아 음식 사진은 좀 ‘약하다’!

달걀노른자를 넣은 반죽으로 만든 토르텔리니.
지난달 14일 저녁(현지시각) 볼로냐에 도착했다. 볼로냐는 주도이지만 작은 도시다. 도심은 이탈리아가 거개 그렇듯이 광장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광장 옆에는 역사지구가 있다. 오래된 와인바와 ‘구르메 상점’이 눈에 든다. 서울에서 이탈리아식당에서나 얇게 저민 형태로 보던 온갖 햄과 소시지가 푸짐하게 쌓여 있다. 쓱싹쓱싹 썰어서 내준다. 이 지역은 다른 주에 비해 고급 와인은 적은 편이다. 하지만 개성 있고 마시기 편한 와인, 람브루스코가 있다. 거품이 살짝 돌며 단맛도 있다. 햄과 소시지에 곁들이면 제격이다. 한잔에 보통 2~3유로(한화 2000~4000원대). 값도 싸다. 저민 햄이 등장한다. 오오! 바로 모르타델라다. 돼지고기를 갈아서 비계와 통후추를 듬성듬성 박은 먹음직스러운 거대한 소시지다. 직경이 무려 한 뼘이 넘는다. 두툼하게 썰어 굽기도 하지만, 얇게 저미는 게 맛의 비결. 소스 없이 순수한 소시지의 맛을 음미한다. 

옛날, 볼로냐 공작이 명했다. “모르타델라 소시지에는 어떤 잡고기도 섞지 말라!” 그것은 모르타델라 순수령이었다. 물론 맥주 순수령을 빗댄 필자의 농담이다. 모르타델라에 다른 동물의 고기는 넣지 않지만 돼지의 재미있는 부위는 넣는다. 바로 오소리감투다. 돼지 밥통을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더 쫄깃하고 깊은 맛이 나는 듯하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오매불망 찾던 ‘스파게티 볼로녜세’는 없다. 안내인 바르바라씨가 집게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이탈리안 제스처로) 말한다.

살라미, 프로슈토 등 접시에 햄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
“볼로냐에선 스파게티를 찾으면 바보 취급 한답니다. 볼로녜세 소스란 말도 외부에서 붙인 것이지요. 여기서는 그저 라구(ragu, 미트소스)라고 부를 뿐입니다.”

볼로냐에서 볼로녜세 스파게티 
찾으면 바보 취급 
넓적한 생면에 미트소스 
부어 비벼낼 뿐인데 
먹으면 먹을수록 입맛 당긴다


그러면 어떻게? 탈리아텔레라는 넓적한 생면에 부어 비벼 낸다. 계란 반죽을 한 넓적한 칼국수 같은 면이다. 입에 착 감긴다. 이 요리의 특징은 먹으면 먹을수록 더 입맛이 당긴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마약 파스타’? 

파르마의 3대 별미인 파르메산 치즈와 프로슈토.
움베르토 에코가 아직도 단골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며 신문을 읽는다는 볼로냐 대학가 구경은 나중으로 미루고 파르마로 넘어간다. 파르마 하면 작곡가 베르디가 생각난다지만 무식한 필자는 파르미자노 치즈가 떠오른다. 우리가 보통 파마산이나 파르메산이라고 부르는 치즈 말이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서 산처럼 쌓여 있어서 유토피아라던 그 치즈다. 파르메산 치즈 생산자조합에서 소개받은 공장으로 가봤다. 팔뚝에 털이 숭숭한 노장들이 수십킬로그램씩 나가는 치즈 덩어리를 척척 만들어낸다. 

국내에도 수입되지만 원산지의 맛이 더 강하다. 알고 보니 숙성 기간 때문이다. 한국 제품의 포장을 보니 겨우 14개월짜리다. 현지에서는 보통 20개월짜리, 간혹 36개월에서 60개월짜리도 보인다. 36개월짜리를 뜯어서 맛을 봤다. 얼얼할 정도로 맛이 강하고 감칠맛이 혀끝까지 당긴다. 수분이 많이 빠져 ‘버석버석’ 소리가 난다. 맛을 내는 요소인 아미노산이 숙성되면서 결정화(結晶化)한 것이다. 파르마에서 만든 이 치즈가 아닌 것에는 파르메산이라는 말을 쓸 수 없다고 2008년 유럽 법원은 결정했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초대형 다국적 치즈회사들은 파르마와 아무 상관없는 치즈에 떡하니 박아서 판다. 그게 우리와 무슨 관계냐고? 중국에서 순창고추장을 만들어 팔면 기분이 좋겠냐고 말하련다. 

쿨라텔로 소시지 숙성고. 한 장인이 망치로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파르마의 3대 별미는 앞서 파르메산 치즈, 그리고 프로슈토, 쿨라텔로다. 프로슈토는 이탈리아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감초다. 흔히 생햄이라고 부르는, 오직 소금과 고기로만 이루어진 멋진 걸작이다. 소금을 뿌려 그늘에 걸어 말린다. 파르마의 프로슈토가 맛있는 것은, 포 강의 저지대에서 형성된 천혜의 조건 때문이다. 강에서 습한 바람이 불어오고, 겨울엔 악명 높은 안개로 가득 찬다. 이런 조건에서 생햄이 달고 축축하게 익어간다. 프로슈토와 비슷한 쿨라텔로도 비슷한 자연환경에서 만들어진다. 프로슈토가 엉덩이라면, 쿨라텔로는 돼지의 종아리로 만든다. 종아리 살을 발라 돼지 방광에 넣어 숙성시킨다. 포 강 저지대의 유명한 치벨로 지역 숙성창고에 들어가 봤다. 시원한 저장고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약간 습하고 더웠다. 이 계절에는 그런 환경이라야 쿨라텔로가 잘 익는다고 한다. 쿨라텔로는 프로슈토보다 훨씬 비싸다. 얇게 저미면 처음에는 마치 종이를 씹는 것처럼 건조한데, 씹을수록 진하고 숙성된 향취가 나온다. 얼마나 귀물이면 사려고 해도 물건이 없다. 저장고에는 스페인 왕자, 미국의 유명 배우, 별 셋짜리 최고급 식당의 이름이 적혀 있다. 입도선매, 돈 받고 예약된, 오줌보에 들어간 돼지 살덩어리다. 미식이란 때로는 이처럼 극단적이다. 파르마는 베르디의 고향답게 그의 이름을 딴 극장이 있다. 연중 공연이 이어진다. 프로슈토와 쿨라텔로, 파르미자노로 식사를 즐기고 오페라 한 편을 보는 호사를 누리면 좋겠다. 파르마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식당이 있다. 식당이라기보다 샌드위치 가게인데, 점심시간이면 길게 줄을 선다. 가게 앞에 서서 빵을 먹던 청년은 “밀리오레!”(보다 좋은)라고 엄지를 내민다. 그냥 한국 구글에서 이탈리식 샌드위치 집을 뜻하는 ‘paninoteca’(파니노테카)를 치면 자동완성으로 이 집이 나온다.

파르마에서 동쪽으로 가면 모데나라는, 이름도 예쁜 도시가 나온다. 파르마가 화려함의 극치라면 모데나는 조금 더 소박하다. 모데나는 성악가 파바로티의 고향. 시내의 큰 극장 이름도 그의 이름을 붙였다. 그는 두번째 결혼식을 교회 대신 이 극장에서 치렀다고 한다. 가톨릭은 알다시피 이혼을 불허하니 두번째 결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데나의 아담한 광장 근처의 카페테리아에서 뷔페로 점심을 먹었다. 15유로(한화 2만원대)짜리인데, 에밀리아로마냐식 미식이 쫙 깔린다. 돼지비계를 발라 먹으면 맛있는 납작하고 동글한 빵 티젤라, 인도식 난이나 토르티야 같은 피아디나 빵, 튀긴 밀가루 스낵인 뇨코 프리토 같은 향토색 짙은 빵이 가득하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꼭 한가지 알려드리고 싶은 ‘팁’이 있다. 이들의 아페리티프 문화다. 식전에 씁쓸한 술이나 맥주,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면서 간단한 요기를 하는 것이다. 삶의 여유와 미식의 아이콘 같은 행복한 풍경이다. 심지어 평일 점심시간에도 느긋하게 카페에서 아페리티프를 마시면서 맛있게 식사할 준비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점심시간이니까. 아아, 한국인들은 무슨 재미로 산담! 다행스러운(?) 건 이탈리아인의 길고 긴 점심도 옛날 얘기다. 요즘은 다수가 우리처럼 아주 짧아졌다. 

파르마의 줄서서 먹는 샌드위치집인 ‘페펜’.
모데나는 우리도 좋아하는 발사믹 식초의 메카다. ‘메카’라는 진부한 말을 쓸 수밖에 없는 증거가 있다. 시청 꼭대기에 식초발효실과 저장실이 있을 정도다. 이것을 팔아 시청 살림과 여러 복지사업에 쓴다고 한다. 발효실 올라가는 쪽에 시장 집무실이 있는데, 팔뚝을 걷어붙인 와이셔츠 바람의 젊은 시장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서울시장 옆에 된장, 간장 발효실을 넣어두면 어떨까. 모데나의 발사믹은 화이트와인용 포도로 제조한다. 알코올 발효와 초산발효를 거쳐 색깔이 검고 진득한 멋진 발사믹이 나온다. 7년, 15년, 25년산 등 오래된 것은 아주 비싸고 그만큼 향기롭다. 

에밀리아로마냐도 이탈리아니까 파스타를 먹는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것은 거의 없다. 계란으로 반죽한 고급 면과 만두류가 많다. 워낙 물산이 풍부한 부자 동네라 파스타도 고급만 먹었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토르텔리니 엔 브로도’라고 부르는 만둣국. 계란 반죽에 소를 채우고 삶은 뒤 맑은 쇠고기 육수에 띄워 낸다. 동동 뜬 만두를 건져 먹고, 국물을 훌훌 들이켜면 단정한 개성 만둣국 먹는 것과 흡사한 기분이다. 이 국물에도 파르메산 치즈 가루를 뿌리는 것이 이들의 습관이다. 물론 피클은 어디에도 없다. 여담인데 이탈리아 요리에는 마늘과 고추를 많이 쓴다는 것도 이곳에 와보면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고추는 단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고, 마늘향이 나는 음식도 없었다. 현대 이탈리아에서는 전국이 스파게티 같은 건면을 먹지만, 이 지역에서는 여행 내내 스파게티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토속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완고한 보수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모데나의 한 농가에서 직접 생면과 만두를 만드는 시간이 있었다. 할머니가 오랜 손맛으로 만두를 빚고 국수를 밀어내주었다. 어느 곳이나 할머니는 친절하고 정이 많다. 이탈리아에는 ‘논나’(할머니)나 ‘카살링가’(가정주부)라는 이름이 붙은 식당이 꽤 있다. 한국에 ‘할매밥집’과 ‘엄마손맛집’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글·사진 박찬일(요리사 겸 음식칼럼니스트)

사진 이탈리아관광청 제공 

에밀리아로마냐 미식여행 정보


가는 법 터키항공사는 2010년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해서 이탈리아 볼로냐에 도착하는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총 소요시간은 16시간. 국적기나 기타 항공사를 이용할 경우 밀라노나 로마에 도착해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밀라노 중앙역에서 볼로냐까지는 기차로 1시간 거리. 



맛집 

(1)카페 콘체르토(Caffe Concerto) 모데나 광장에 있는 대형 카페테리아 식당. 주중 12유로(약 1만6000원대)~주말 15유로(약 2만원대)의 뷔페가 아주 좋다. www.caffeconcertomodena.com/ccflasheng.html 

(2)파니노테카 페펜(Paninoteca Pepen) 파르마 가리발디 광장 바로 옆의 유명한 이탈리아식 샌드위치점. 

(3)로칸다 델 페우도(Locanda del Feudo) 모데나 인근 소읍인 카스텔베트로에 있는 맛집. 25유로(약 3만3000원대)에 여러 코스의 저녁 정찬을 제공한다. 와인 리스트도 최고. 소믈리에도 대단한 실력을 가졌다. 음식도 소박하지만 기품 있다. 저렴하고도 정갈한 숙소도 겸한다.www.locandadelfeudo.it/EN/main.html



여행 참고 누리집 

(1)에밀리아로마냐주정부 관광사무소(Emilia Romagna Regional TouristBoard (APT Servizi)) www.emiliaromagnaturismo.com

(2)이탈리아관광청(Direzione d’Area ENITwww.enit.it 

(3)터키항공 www.turkishairlines.com/e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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